수익을 전부 뱉어내고 깨달은 ‘청산(Exit)’의 딜레마

반쪽짜리 정답: 진입이 전부인 줄 알았다

[Alpha Trigger]로 모멘텀의 변곡점을 잡고, [4시간봉]으로 노이즈를 지웠으며, [EMA 200]으로 폭락장이라는 지옥문까지 걸어 잠갔다. 이제 차트에서 내가 들어갈 자리는 명확해졌다.

나는 백테스트 엔진에 이 진입 로직을 물려놓고 흐뭇하게 결과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산 그래프(Equity Curve)는 시원하게 뻗어 나가지 못하고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승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계좌가 극적으로 불어나지는 않았다.

원인은 단 하나, **’청산(Exit)’**이었다.

나는 퀀트 트레이딩의 90%가 ‘언제 들어갈 것인가(진입)’를 맞추는 게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완벽한 타이밍에 진입하고 나니, 진짜 지옥은 그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언제 팔고 나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수학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딜레마 1: 고정 손익비(Fixed RR)의 허무함

처음엔 가장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방법을 썼다. 손절(Stop Loss)을 -2%로 잡고, 익절(Take Profit)을 +4%로 잡는 ‘1:2 고정 손익비’ 로직이었다. 10번 중에 4번만 이겨도 계좌가 우상향하는 마법의 비율이라고들 했다.

백테스트 결과, 이 로직은 꽤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바로 크립토 시장 특유의 **’미친 폭등장(Fat Tail)’**을 온전히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image

내 알고리즘이 기가 막힌 바닥에서 롱(매수)을 잡았다. 비트코인은 무섭게 치솟았고, 단 몇 개의 캔들 만에 내 목표 수익률인 +4%에 도달해 봇은 기계적으로 전량 익절을 때렸다. 수익이 났으니 기뻐해야 할까?

아니다. 봇이 내리고 난 뒤, 비트코인은 쉬지 않고 +30%, +50%를 더 날아갔다. 나는 모니터 앞에서 내가 내린 뒤에 로켓이 발사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 고정 손익비는 안정적이지만, 추세 추종(Trend Following)의 핵심인 **’수익은 길게 가져간다(Let profits run)’**는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었다.

딜레마 2: 트레일링 스탑(Trailing Stop)의 잔혹함

고정 익절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낀 나는 로직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목표가를 없애버렸다. 대신 가격이 오를 때마다 손절선을 따라 올리는 **’트레일링 스탑(Trailing Stop)’**을 장착했다. 추세가 꺾일 때까지 끝까지 발라먹겠다는 탐욕스러운 세팅이었다.

하지만 이 탐욕의 대가는 끔찍했다.

image

바닥에서 진입해 +15%까지 수익이 났다. 봇은 추세를 더 타기 위해 익절하지 않고 손절선만 +8% 부근으로 올려둔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세력이 위아래로 차트를 흔드는 ‘휩소(Whipsaw)’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내리꽂힌 꼬리 하나가 내 트레일링 스탑을 건드려 봇을 강제 청산시켰고, 차트는 보란 듯이 다시 말아 올려져 신고가를 갱신했다.

더 미칠 노릇인 건, 최고점 대비 꽤 많은 수익을 ‘반납’하고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20%까지 찍혔던 계좌가 추세가 꺾인 걸 확인하고 나오려다 보면 결국 +5%에서 청산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수익을 다 토해내고 나오는 그 기분은, 손절을 칠 때보다 사람의 멘탈을 더 갉아먹었다.

정답은 없다, 오직 타협만 있을 뿐 (ATR의 도입)

수천 번의 백테스트 끝에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최고점에서 팔고 나오는 완벽한 청산 로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정 익절은 대추세를 놓치고, 트레일링 스탑은 수익을 크게 반납한다. 이 두 가지 고통 중 내가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 청산 로직의 본질이었다.

나는 두 가지 방식을 섞어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ATR(Average True Range) 지표를 도입했다.

시장이 조용할 때는 타이트하게 방어하고, 변동성이 터지며 추세가 터질 때는 ATR 배수를 넓혀 잔파도(휩소)에 털리지 않도록 로직을 다듬었다. 절반은 고정 수익률에서 익절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챙기고, 나머지 절반은 ATR 기반의 트레일링 스탑으로 끝까지 추세를 추적하도록 ‘분할 청산’ 코드를 짰다.

그제야 자산 그래프는 미친듯한 요동을 멈추고, 묵직하고 부드러운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진입은 기술이지만, 청산은 예술이자 심리의 영역이라는 것을 백테스트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 기록을 위한 메모: 1%의 법칙

언제 들어가고(Entry), 언제 피하고(Filter), 언제 나올지(Exit)까지 봇의 두뇌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한 번 매매할 때 내 전 재산의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몰빵을 치면 단 한 번의 블랙스완에 계좌가 삭제된다. 다음 기록에서는 계좌가 절대 파산하지 않도록 수학적으로 락(Lock)을 걸어버리는 ‘1회 리스크 1% 룰’과 포지션 사이징(Position Sizing)에 대해 정리해야겠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